Introduction

매번 새로운 주제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면서 참 많은 자료를 조사하곤 합니다. 다른 요리사들의 요리를 볼 때도 있고 때론 음식과 상관없는 그림이나 패션쇼의 장면, 혹은 영화를 볼 때도 있습니다.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고 기존에 없었던 조리법이라든지 맛을 기획하는 과정에 양념이 될만한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보곤 합니다. 그러다 이전 에피소드였던 [열세가지 철학]에서 ‘난면’이란 메뉴를 개발하는 과정 중 보았던 고조리서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현대의 생면파스타로 귀결되는 면의 식감이 이미 조선시대부터 존재해왔던 음식이라는 점에 놀랐고 한편으론 이런 음식이 현대에까지 잘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한국의 고조리서를 찾아보게 되었고 국립중앙도서관의 원문자료들과 동영상, 그리고 한식재단에서 정리한 한식 아카이브의 조선시대 고조리서 번역본을 접하면서 수많은 놀라운 음식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실로 과학적이며 창의적인 조리법들이 상당히 많았고 무엇보다 오늘날의 음식기법으로 알고 있었던 저온조리법, 유제품 가공법 등등 우리나라의 음식이라고 상상하기 힘든, 게다가 과거의 음식이라고 믿기 힘든 조리법들을 선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만의 방법을 찾아 요리에 적용하고 있었던 점이 놀라웠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젊은 요리사로서 이 모든 조리법들을 고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이 고조리서에 나온 여러가지 음식 중 현대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음식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한국에서 요리하는 개인으로서나 레스토랑으로서나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고조리서의 음식들을 최대한 똑같이 재현하는 것은 현대의 레스토랑이 보여줘야 할 모습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전통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여 옛날의 음식을 먹는 느낌이 아닌 현대의 음식을 먹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고조리서에 나온 한국 전통음식의 맛 조합과 재료를 최대한 존중하며 ‘만약 조선의 요리사가 현대로 왔다면, 혹은 현대의 요리사가 조선시대로 갔다면 어땠을까? 라는 재미있는 질문을 던지며 이번 에피소드를 디자인 하였습니다.

스와니예의 이런 시도가 큰 변화의 시작이 아닐 수도 있으나 이런 작은 시도로 인해 잊혀진 과거의 우수한 음식이 조금이라도 현대에 전해지길 바랍니다.

고조리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와니예의 열여섯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Duration

Oct 19th 2017 ~ Mid Feb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