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한식이라는 하나의 음식형태가 아닌 한국의 음식이라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식을 생각하다보면 꼭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물 입니다.

예부터 우리 나라에는 산이 많아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자란 산나물이나 들나물이 많았습니다. 나물은 이렇듯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식재료이면서 말려 보관하는 과정을 통해 겨울에도 식재료의 걱정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음식이었습니다.

나물은 산이나 들에서 채취한 식물 또는 채소로 만든 반찬을 통틀어 나물이라고 일컫는 말이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야생 식물의 재료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면서, 그 이상으로는 하나의 음식 형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식문화의 한 역사를 뜻하기도 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생각해보면 전반적인 음식문화에 있어서 나물만큼 오랫동안 그 핵심이 바뀌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 온 음식도 드물고 나아가 나중에 나물이라고 이름붙인 야생식물들을 채집하는 과정이 보여주는 원시적인 느낌을 그대로 품은채 현대까지 모두가 자연스럽게 먹고있는 음식은 다른 음식에서 찾을 수 없는 나물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익숙함은 반대로 단점도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김치로 대표되는 발효 채소음식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포괄하는 나물을 단순히 풀로 만들어진 반찬정도로 보는 것은 우리나라 식문화 전반에 뿌리깊게 담겨있는 그 의미를 폄하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깐요.

최근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의 음식 스타일인 노르딕 스타일 음식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정점을 찍고 지나갔을 정도로 음식 문화 전반에 큰 족적을 남긴 스타일이자 프렌치와 이탈리안으로 대표되는 유럽음식과 대비되는 자연주의 스타일로 새로운 음식의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노르딕퀴진 입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자연에서 온 재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이 전달하는 맛을 최대한 저장하려고 하는 풍습은 우리가 나물을 대하는 자세와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허준이 동의보감을 쓴 시기부터 약용 목적으로 집대성 된 약초가 오늘날 반찬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우리 민족이 산에서 나오는 나물들을 접하기 시작한건 그 시기가 매우 오래전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나물은 우리의 문화에 매우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 입니다.

요리사로서 항상 새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식재료를 탐미하고 탐구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이닝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에서 벗어나 제한된 조건 하에 외국의 종자를 받아 키우거나 단지 디쉬의 아름다움을 위해 모양 위주로 제배되는 식재료만 사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리고 전체 역사를 관통하며 우리만이 가진 식문화, 식재료를 발굴하고 새로운 조리법을 만들어내는게 지금 요리사들의 숙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와니예는 지난 고조리서에 이어 이번 17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이렇듯 우리가 매우 쉽게 접하고 있지만 너무 쉽고 익숙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있는 우리의 식문화 중 하나인 나물에 집중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완벽한 조리 형태가 있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이정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나물이라는 재료의 알려지지 않은 모든 면을 파악하고 기존의 방법을 넘어서는 혁신적인 음식을 만드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단순한 반찬거리에서 벗어나 나물 개개의 개성이 색다르게 드러나는 음식들을 만들어 나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우리가 가진 음식문화유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게 작은 목표입니다.

산과 들이 주는 선물이자 사람과 자연의 연결고리인 우리의 나물, 그 야생의 숨결이 불어옵니다.

Duration

Feb 24th 2018 ~ May 27th 2018